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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의 <마지막 기도>를

정호승 파르르 분노에 떨며 주먹이 칼이 되던 모든 순간은 꽃이 되기를 절망의 벽을 내리치며 벽과 함께 와르르 무너져 내려 잠 못 이루던 순간은 모두 바람이 되기를 시궁창 바닥 같은 내 혀끝에 고여 있던 모든 증오와 보복의 말들은 함박눈이 되기를 의상대 소나무 가지 끝에 앉아 눈을 맞으며 동해를 바라보던 작은 새처럼 인내는 웅크린 눈송이가 되어 흙의 가장 깊은 뿌리에 가 닿기를 창밖에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리고 커피 물 끓이는 동안 겨울이 지나가고 다시 봄이 오지 않아도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용서에도 붉은 진달래가 피어나기를 S에게, 우리는 한 단체에서 오랫동안 지내고 있죠. 오늘 쌓여 있던 묵은 마음을 털어 내면서 후회와 반성을 했습니다.크든작든 어느 곳에서나 생기는 다툼과 분열, 그 것들이 세월을 많이 ..

관객과 배우 2023.03.08

봄까치꽃의 첫손님

"사람들은 걸으며 서서 봄을 맞이하려 한다. 키가 크고 화려한 꽃나무로 봄을 느끼려한다. 지위와 명예, 부를 쫒아다니는 현실보다는 봄까치꽃처럼 눈에 잘 띄지 않고 바닥에 붙어 있는 낮은 현실도 있다. 올려다봐야만 하는 키 큰 나무보다 허리를 굽혀야만 만날 수 있는 풀꽃들도 새로운 꿈과 희망을 가르쳐준다. 봄까치꽃 따라 작은 꿈과 희망에 사랑을 보낸다 들꽃은 계속 피어날 것이고 까치들은 계속 반가운 소식을 몰고 올 것이다"

관객과 배우 2023.02.28

이어령/기도는 접속이다

이어령 시집 《헌팅턴 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기도는 접속이다」 친구와 말하고 싶을 때 나는 컴퓨터나 호주머니 스마트폰으로 접속합니다 보이지 않은 곳에 그가 있어도 들리지 않는 곳에 그녀가 있어도 나는 접속할 수 있습니다 그와 그녀의 아이디만 알면 기도를 드릴 때에는 두 눈을 감고 손을 모읍니다 자판을 건드리는 엄지손이 아닙니다 아이디는 주 예수, 암호는 할렐루야와 아멘 보이지 않아도 들리지 않아도 그 빛과 소리는 내 가슴의 패널 위에 떠오릅니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혹은 터치 스크린을 애무하듯 손끝으로 건드립니다 사이버 공간에서 친구를 만나듯 이제 두 손 모으면 성령의 공간으로 접속할 수 있습니다 친구에게 문자를 보낼 수 있는 것처럼 그렇게 아주 가까이 오늘 나는 기도를 ..

관객과 배우 2023.02.26

꽃작품방"2023년 사순절"

(사)한국꽃문화협회2023년 2월 정기월례회 데먼스트레이션 작품 작가:황숙희(이레연합회 중앙회 회장) 말채의 직선적인 요소를 평면적 요소로 바꾸어 표현하고 다각적 방향을 주어 크고 작은 공간을 주어 활용하였고 그위에 식물을 고정하였습니다 사순의 시작으로 절기에 맞는 색상으로 표현 되었고 전통의 둥근 모양의 똬리를 넣어 상승적 요인인 형태에 시선을 한번 머물게하는 효과를 주었다 말채의 고정을 18번 와이어를 사선으로 잘라 드릴 헤드에넣어 고정한후 박아 줍니다 소재 말채 (Comuswalten) 아이비(Heder helix) 히야신스(Hyacinthus onentalis) 화로, 똬리

꽃과 꽃 2023.02.21

김문한/신문지 외 1편

신문지 아침마다 기다려지는 신문 많은 소식 들고 와 신문지가 된다 방모서리에 있는 신문지 정리하다, 나도 이제 신문지라는 생각 쓸쓸해지는데 버려진 신문지 아직 할 일 많다 한다 분수가 있는 세상살이 삶의 길에 순응하는 것이 지혜로운 일 지난날의 흔적은 추억일 뿐, 고집하지 말자 포장이 되고 받침이 되는 것 신문지가 할 수 있는 기쁜 일 아니겠나 겨울에 내리던 봄비 오늘도 전선에서는 치열한 전투가 시작되고 많은 전사자가 생겼다는 방송 어쩐지 심란하다 중부전선으로 가는 도중 소식 전해 듣고 달려 나온 사촌형 수심 가득한 얼굴 나를 만나자마자 장하다 ‘문한’아 소리 내어 덥석 내 손잡더니 장갑이 없구나 동상 걸리면 안 된다 끼고 있던 낡은 가죽장갑 내 손에 끼워주고 손목 만지더니 시계도 없네 싸움터에서는 시간..

한결문학회 2023.02.16

봄소식 전령사 봄까치꽃

". . . . . 아스피린 크기랄까, 동전 100원짜리 숫자 0 크기랄까 아니면 와이셔츠 단추의 반의 반 크기로 앙증맞다. 작으면서도 꽃술과 꽃잎, 꽃받침까지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실 같이 가는 줄기는 추위를 견디기 위해 솜털이 있고 밑동에서 갈라져 누은 듯 퍼져 있다. 꽃받침은 흰 무명천에 하늘색 물감을 쏟아놓은 것 같고 속에는 진 푸른 줄무늬가 고양이 수염 같이 그려 있다. 햇볕이 잘 드는 곳이면 어디서든지 잘 핀다. 어리숭하면서 정이 넘치고 약은 듯하며 순진함이 보인다 가마솥 뚜껑을 닮아 숭늉의 맛도 나는 듯 하다 이름은 큰 개불알꽃, 열매가 달린 모습이 개의 음낭을 닮아서 붙은 일본식 이름을 그대로 번역해서 그렇게 부른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봄소식을 제일 먼저 빨리 전한다하여 봄까치꽃이라 고..

관객과 배우 2023.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