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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갑자기 촬영 전쟁이 끝난 후 피난살이를 마치고 트럭의 짐칸에 실려 밤새 험한 길을 달려와 이른 새벽 축축한 안개 속에서 처음 만난 도시의 낯섦과 느닷없이 팔뚝에 소름이 돋게 하던 외로움의 느낌" 오정희의 산문 '시간의 얼굴'에 소개된 문장이다. 위 사진 2장의 그림을 표현..
새들은 다 일가친척/이원화 주황빛 꽃이 피듯 익은 열매가 드레드레 열려 짜증이 날 정도였다. 행복한 역정이다. 올해는 유난히 과실 나무에 열매가 많이 달렸다. 감나무의 가지가 쓰러지지 않게 보호하는 버팀목까지 힘들어 보였으니까. 아파트 입구마다 유실수가 있어 가을이 되면 지..
깨끗한 마음으로 김순덕시인 (『한국작가』 등단) 침묵으로 바라보고 있다 창자 속 세포마다 흐르고 있는 찌꺼기 씻으라 깊은 숨결 내 영혼으로 느끼지 못하고 당신을 알고 있다고 사랑한다고 습관처럼 말하는 나는 누구인가 포인센티아 화분 하나 거실에 놓고 싶습니다 메말라가는 마..
나목(裸木) 신경림 나무들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서서 하늘을 향해 길게 팔을 내뻗고 있다 밤이면 메마른 손끝에 아름다운 별빛을 받아 드러낸 몸통에서 흙 속에 박은 뿌리까지 그것으로 말끔히 씻어 내려는 것이겠지 터진 살갗에 새겨진 고달픈 삶이나 뒤틀린 허리에 배인 구질..
대봉시야 네 자리는 어디니/이원화 "감나무 밑에 누워도 삿갓 미사리를 대어라" 속담이 있다. 감이 달린 나무 밑에서도 먹는 수업을 열심히 해야 한다. 늦은 가을 경상북도 청도군의 운문사로 가기 위해 대구에서 출발하였다. 감나무에 달린 붉은 열매는 가는 길 양편은 물론이고 이어지..
보물 구재기(현대시학으로 등단, 저서;시집 『추가 서면 시계도 선다』,『흔적 』외 다수 박물관에서 속 찬 그릇 하나 본 적이 없다 빈 그릇들 모두 천 년을 살아온 보물들이라 했다
결혼하고 싶은 나무 가을은 정신없이 떠날 채비를 한다 숨어 있던 그 여름 설화의 빛깔을 쏟아놓고서 낯설지 않는 맨몸의 나뭇가지를 남겨두고 다시 또 언젠가 떠남의 준비를 하고 있다 착각일까 급한 마음 앞으로 내밀고 다가 갔다 개나리 노란 빛이 울타리 만들어 화사하게 긴 몸매 휘..
민들레 압정 이문재 아침에 길을 나서다 걸음을 멈췄습니다 지난 봄부터 눈인사를 주고받던 것이었는데 오늘 아침, 민들레 꽃대 끝이 허전했습니다 지난 봄부터 민들레가 집중한 것은 오직 가벼움이었습니다 꽃대 위에 노란 꽃을 힘껏 밀어 올린 다음 여름 내내 꽃 안에 있는 물기를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