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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고전100선 12 박희병 편역 『골목길 나의 집』 이언진(1740~1766) 1 새벽종 울리자 호동( )의 사람들 참 분주하네 먹을 것 위해서거나 벼슬 얻으려 해서지 만인의 마음 나는 앉아서 안다 22 사람이 사람을 속인다고 다들 말하나 내가 보기엔 내가 나를 속이는 거네 입이 마음을 속이니 한 몸..
『깨끗한 매미처럼 향기로운 귤처럼』 이덕무(1741~1793, 조선 후기의 실학자, 문인) 고추잠자리 담장의 가는 무늬 같기도 하고 항아리 금이 간 듯도 하고 개( )자 모양의 푸른 댓잎 같기도 하지 우물가 가을볕에 그림자 어른어른 가는 허리 하늘하늘 고추잠자리 국화 향 바위에 기대어 핀 국..
구월 보름 /이원화 하늘 모서리에 걸린 구월 보름달 팔월보다 더 푸르디푸른 보름달 그 곁에 반짝이는 그리움 별빛 빌려 싣고 간다 구월 보름 어머니 못 보는 서러움 또 다른 모서리에 걸어둔다
우리고전100선08김대중편역 이황 선집 『도산에 사는 즐거움』/이황(1501~1570, 조선 중기의 학자) 연못1 이슬 맺힌 풀 야들야들 푸른 언덕 감쌌고 작은 연못 맑아서 티 없이 깨끗하네 구름 날고 새 지나감 원래 그런 거지만 제비가 때때로 물결 찰까 걱정되네 백로 당당한 게 절로 기품이 있..
12월의 시 겨울아가/이해인 하얀 배추 속 같이 깨끗한 내음의 12월에 우리는 월동준비를 해요 단 한마디의 진실을 말하기 위해 헛 말을 많이 했던 우리의 지난날을 잊어버려요 때로는 마늘이 되고 때로는 파가 되고 때로는 생강이 되는 사랑의 양념 부서지지 않고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음..
우리고전100선06김수진 편역 신흠 선집 『풀이 되고 나무가 되고 강물이 되어』/신흠(1566~1628 조선중기를 대표하는 문장가이자 정치가이며 사상가) 거미야 거미야 1 촘촘한 네 그물보다야 성긴 까치둥지가 낫지 성긴 까치둥지보다야 비둘기의 집 없음이 낫지 2 정교한 네 솜씨보다야 까치..
11월의 시 침묵에게/이해인 내가 행복할 때에도 내가 서러울 때에도 그윽한 눈길로 나를 기다리던 너 바위처럼 한결같은 네가 답답하고 지루해서 일부러 외면하고 비켜서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돌아와 네 어깨너머로 보이는 저 하늘이 처음 본 듯 푸르구나 너의 든든한 팔에 안겨 소금처..
구태여 지리산이나 남도 끝자락을 찾아가지 않아도 지금 걷고 있는 산책길에서 눈길만 주어도 볼 수 있는 작디 작은 꽃이 야생화다 그 이름은 다 알 수 없으나 그 생김새는 무엇을 닮았는지 알 수 있지 않는가 그 모양 그대로 이름을 붙여 주고 나혼자 즐기다가 인터넷에서 이름을 찾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