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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시 겨울아가/이해인 하얀 배추 속 같이 깨끗한 내음의 12월에 우리는 월동준비를 해요 단 한마디의 진실을 말하기 위해 헛 말을 많이 했던 우리의 지난날을 잊어버려요 때로는 마늘이 되고 때로는 파가 되고 때로는 생강이 되는 사랑의 양념 부서지지 않고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음..
우리고전100선06김수진 편역 신흠 선집 『풀이 되고 나무가 되고 강물이 되어』/신흠(1566~1628 조선중기를 대표하는 문장가이자 정치가이며 사상가) 거미야 거미야 1 촘촘한 네 그물보다야 성긴 까치둥지가 낫지 성긴 까치둥지보다야 비둘기의 집 없음이 낫지 2 정교한 네 솜씨보다야 까치..
11월의 시 침묵에게/이해인 내가 행복할 때에도 내가 서러울 때에도 그윽한 눈길로 나를 기다리던 너 바위처럼 한결같은 네가 답답하고 지루해서 일부러 외면하고 비켜서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돌아와 네 어깨너머로 보이는 저 하늘이 처음 본 듯 푸르구나 너의 든든한 팔에 안겨 소금처..
구태여 지리산이나 남도 끝자락을 찾아가지 않아도 지금 걷고 있는 산책길에서 눈길만 주어도 볼 수 있는 작디 작은 꽃이 야생화다 그 이름은 다 알 수 없으나 그 생김새는 무엇을 닮았는지 알 수 있지 않는가 그 모양 그대로 이름을 붙여 주고 나혼자 즐기다가 인터넷에서 이름을 찾게 ..
작년에는 몇 그루 밖에 없던 것이 올해는 한 동네를 이루고 있는 땅바닥에 낮게 피어있는 현호색꽃 매화, 개나리, 목련, 벚꽃만 피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10월의 시 바람에게/이해인 몸이 아프고 마음이 우울한 날도 너는 나의 어여쁜 위안이다, 바람이여 창문을 열면 언제라도 들어와 무더기로 쏟아 내는 네 초록빛 웃음에 취해 나도 한 점 바람이 될까 근심 속에 저무는 무거운 하루일지라도 자꾸 갈아 앉지 않도록 나를 일으켜 다오 나무들..
우리고전100선03김하라 편역 이규보 선집 『욕심을 잊으면 새들의 친구가 되네』/이규보(1168~1241) 오월이 가면 내 평생 슬픈 일은 오늘이 흘러 어제가 되는 것 어제가 모이면 곧 옛날이 되어 즐거웠던 오늘을 그리워하리 훗날 오늘을 잊지 않으려거든 오늘을 한껏 즐기자꾸나 청자(靑瓷) 연..
여보~ 추운 겨울이 끝났나봐요? 그래~ 오늘이 춘분이지 여보~지난 겨울처럼 싸우지 말고 그래~따뜻하게 지내자 여보~호숫물이 차가워 발이 시려워요 그래~아까 그 흰오리 참 예쁘더라 여보~벌써 잊었어요? 그래~번지점프 구경하러 간다 여보~미워 그래~함께 가자 조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