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계국과 개미 요즘에는 길가 어느 곳에든지 금계국(錦鷄菊)이 피어 있다 옛적에, 막내딸이 입을 진노란색 양단 저고리의 빛깔이다. 구정 설날 아침에 새로 입고, 세배하며 즐거워할 딸부자집 울 엄마는 일곱가지 다른 색의 저고리를 지으셨다 한참이나 말없이, 내가 태어나 자란 곳에 머물러 있었다 거기에는 아무.. 관객과 배우 2011.06.15
꽃그림자 - 이 록 꽃 그림자(2) 이 록 꽃잎이 나는 좋다 꽃이 피지 않는 나무를 사랑하지 않는다 꽃잎이 없는 나무는 꽃 그림자가 없기 때문이다 꽃이 피고 질 때면 꽃바람으로 내려앉아 예쁜 꽃 그림자를 만든다 산수유는 개나리 그림자 벚꽃은 물방울이 겹친 무늬 그림자 쪽동백나무는 아가의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모.. 관객과 배우 2011.06.15
딸에게/이원화 딸에게/이원화 막내야, 나의 삶은 어린 남편과 칠남매 거느리고 신의주에서 제주도까지, 길 위에서도 자식 잃으며 한마음으로 뛰었었다 전쟁과 피난, 절망과 희망의 주인공이듯 밤낮없이 뛰었다 막내야, 슬픔과 고통도 모두 아름다웠다 어린 막내야, 이제 반세기 동안 멀리 떨어져 있구.. 관객과 배우 2011.06.02
기형도 시인의 '꽃' " 꽃 " 기 형 도 (기형도 전집에서) 내 靈魂이 타오르는 날이면 가슴앓는 그대 庭園에서 그대의 온 밤내 뜨겁게 토해내는 피가 꽃으로 설 것이다. 그대라면 내 허리를 잘리어도 좋으리. 짙은 입김으로 그대 가슴을 깁고 바람 부는 곳으로 머리를 두면 선 채로 잠이 들어도 좋을 것이다. 이름을 알려주세.. 관객과 배우 2011.05.30
민들레 속씨되어 민들레 속씨되어 이 록 지하 Y 다방에는 피고 또 피는 날아가고 또 흩어지는 민들레 속씨가 커피잔에 붙어 있더라고요 죽은 시인의 유작도 읽어 보고 떠나간 동료의 자취도 따라가 보고 딸처럼 아껴주신 스승의 종로 거리도 헤매고 있더라고요 속씨 찾아 울더라고요 관객과 배우 2011.05.29
사과꽃 향기 사과꽃 향기 이 록 얼어붙은 땅속에서 향기를 내뿜지도 못하며 화려한 눈꽃송이로 흩날리지도 못하고 늦은 나이에 잉태하듯 조심스런 여인 되어 얇은 가슴을 벌들의 놀이터로 내어 놓고 조용히 참고 있는 사과꽃 예천 땅을 덮고 있는 흰 밭의 향기는 코로 들어오지 못하고 가슴으로 배어듭니다 팔 벌.. 관객과 배우 2011.05.16
연등(燃燈) 오늘은 석가탄신일, "없어진 어떤 등은/가난한 이의 가슴에 황금이 되어 박히고/울리고 고통받는 이/슬픔에 눈먼 사람 눈가로는/ 한 떨기 미소가 되어 타오르기도 하고/.../오늘 다시 초파일/한채의 절에 와/ 등을 만나보니/안 보이던 백열의 불꽃은 뜨거웁고/캄캄하게 배었던 어둠은/.../ 밝아있습니다" .. 관객과 배우 2011.05.10
꽃길에서...이록(以綠) 꽃길에서 이록(以綠) 벚꽃이 떨어집니다 나무숲으로 밀려드는 바람에 나부끼어 꽃잎이 퍼집니다 꽃잎은 바람보다 가벼워도 먼저 나서지 않고 낮게 흩날립니다 내 어릴 적 어머니의 모시치마 한 자락인 양 스치는 흰 꽃, 작은 꽃잎이랑 바람이 보석처럼 박힌 길 위에 나도 엷은 미소로 머.. 관객과 배우 2011.04.29
토요일의 여인들 매주 토요일 아침 9시가 되면 만나는 팀원들이다. 성전꽃장식을 위하여 여러해를 같이 봉사하고 있다. 교회문을 들어서는 그들의 발걸음만 보아도 그의 컨디션을 알아차리는 관계가 되었다. 팀원의 정해 놓은 9시가 지나도록 오지 않으면 궁굼해서, 예쁜 흉?을 보면 영락없이 미안해 어쩔줄 몰라하는 .. 관객과 배우 2011.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