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은 시도다 172

공사 중의 고백

손녀딸이 태어나 대학 졸업 후 사회활동할 때까지 살고 있는, 25층 아파트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로 계단을 걸어서 다니고 있다. 순간, 건너편 아파트 입구에 설치된 최고층 사다리 끝머리와 이어진 줄이 둥근 포대를 매달고 위로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고층 아파트 옥상에서 도착한 포대를 받은 기술자는 기념사진?을 찍고 아랫세상을 내려다 보며 "모든 것이 소소하고 조그맣다. 시시하다"라고 고백하는 듯하다.

수필은 시도다 2021.08.31

서늘바람

잠자리가 서늘해서 눈을 뜨니 새벽이다. 강더위는 어디로 갔을까? 밤새 열어 놓은 뒷베란다 창문을 닫으려고 하니, 닫혀 있는 다른 창문에 서늘바람이 흰구름을 몰고서, 잠든 아파트에 들어와 있다. AI구름일까? 가을이 오는 것은 반갑지만은 않다. 시간의 속도가 바람보다 더 빠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눈을 비비며 그들을 따라 나서는데 유리문이 막아 선다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

수필은 시도다 2021.08.20

노을 속의 방울방울

알롱알롱 아가는 방울에게 말을 건네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폭염으로 힘들었던 지난 17일 저녁 소나기가 한바탕 쏟아졌습니다. 저녁 설거지를 하며 내다본 하늘은 유난히 화려하고 맑게 보였습니다. 운동화를 신고 산책길에 나섰습니다 미쳐 땅으로 스며들지 못한 소낙비가 서성이듯 고여 있었습니다. 그곳에 저물 녘의 노을 빛이 쏟아 내려와 함께 있더라고요 넓은 탄천변 주위가 얼마나 붉고 아름다운지요 그런데 바로 그 노을 빛 빗물에서 알롱알롱한 옷을 입은 아가가 아빠 엄마와 함께 물방울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무지개 빛 행복을 보는 순간,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모습을 보는 순간 숨이 멈추는 듯. ‘사진 찍어도 될까요?’ 묻고는 폰을 꺼내 몇 컷을 찍는데 그만 쏟아 놓던 아빠의 비눗물이 끝이 났습니다 창조주가 주신 피조..

수필은 시도다 2021.07.20

마음의 오브제, 버드나무

덕분일까 때문일까 아침저녁으로 탄천 주변을 걷고 있습니다. 오리교 아래에서 서울대병원 쪽으로 직진하면 오른편으로 어떤 나무가 꽃을 피우고 어느 나무가 열매를 맺고 있는 지, 징검다리를 건너 미금교로 직진하면 어떤 나무 몇 그루가 서 있는 지, 억새풀이 얼마나 자라고 있는 지. 그 길을 지나 동막천으로 향하면 왼쪽에는 어떤 나무의 그림자가 비치는지, 오른 편에는 뿌리가 튀어 나왔는지 키가 큰 나무에 이끼가 자라고 있는지, 질문이 나오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탄천에는 벚나무, 느티나무, 소나무, 꽃사과나무, 산수유, 산딸나무, 중국단풍, 때죽나무, 화살나무, 마가목, 쪽동백나무, 이팝나무 등 그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그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나무를 선택하라면 그 것은 ‘버드나..

수필은 시도다 2021.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