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 300

영원한 작별의 공동체 ㅡ큰오빠가 보고싶다ㅡ

영원한 작별의 공동체 ㅡ큰오빠가 보고 싶다ㅡ 1. (2014년2월26일) 옛날의 형제, 옛날이란 말은 몹시 설레게 한다. 오래 된 형제, 늙은 분들, 늙은이란 말도 몹시 설레게 한다. 연세가 높은 큰오빠와 큰 올케는 95세와 90세, 큰언니는 89세, 작은 언니는 84세, 이 네 분이 모두 건강이 좋지 않다. 건널목 신호등에 켜진 청신호 타임에 길을 다 건너지 못할 정도로 걸음걸이가 불편하시다. 오늘 그들을 만나는 날이다. 도곡에서 약수~봉화산, 3~4차례 지하철 환승했다. 어디서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봉화산 3번출구로 오르는데 지팡이와 보조기를 잡은 큰오빠내외가 우리를 반긴다. 크게 반갑다. 앞장 서 가는 노부부의 모습에 가슴이 아프다. 지팡이에 의지한 분은 똑바르게 걷지 못할 뿐만이 아니라 비뚤어진..

가족이야기 2020.10.16

만남의 관계에서

며칠 전에 반가운 만남을 가졌습니다. 코로나19로 외출도 자유스럽지 못하고 날씨도 끄느름하게 비가 오랫동안 오는데, 계획된 모임에 반가워 뛰어갔습니다. 만남의 관계에서 오는 다정함과 순수한 마음은 하루 이틀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1992년도 운정회 회원전과 미술세계 등에 발표되었던 작품과 특히 결혼식 장식꽃들을 한자리에 모아 첫 작품집 《 · · · · · · '94》을 발간하였지요. 그때부터 오늘까지 관계를 맺고 있는 운정회 이사들의 명단을 이 작품집에서 보면서 새삼 만남의 관계를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과나무처럼 인간미 철철 넘치는 이, 높은 벽걸이 작품도 높은 하이힐 신고 꽃을 꽂는 이, 양가 부모님께 풍성하게 효도하며 자식들에게 효도받는 이, 변함없는 청춘의 다재다능한 이,..

가족이야기 2020.08.14

희망식당_정호승

「희망식당」 희망식당의 물렁물렁한 순두부는 힘이다 희망식당의 가는 콩나물은 길이다 희망식당에 아침이 오면 길 잃은 개미들이 찾아와 밥을 먹는다 배고픈 거미들도 데리고 와 밥을 먹인다 여름이면 우박이 콩자반이 되어주고 햇살이 무채가 되어주고 바람이 가끔 찾아와 설거지를 해 주고 가는 희망식당에서 밥그릇이 희망이다 숟가락도 젓가락도 희망의 손이다 희망식당에서는 아무도 작별인사를 하지 않는다 밥을 다 먹고 종이컵에 자판기 커피를 나누어 마시며 다시 만날 아침을 밝게 기약하면 바람이 목민심서의 책장을 넘기며 웃는다 -정호승 시집 《여행》에서

가족이야기 2020.08.07

봉숭아

精選 世界 150 歌曲集 1, 2 羅運榮 선생님께서 1961년 2월에 한국가곡, 예술가곡 ,영창가곡, 민요가곡, 애창가곡, 성가곡 등 160여편의 곡을 모아 편집한 세계 가곡집, 제일 앞에 수록된 노래다 봉숭아/홍란파 작곡 김형준 작사 1 울밑에선 봉숭아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길고긴 날 여름철에 아름답게 꽃필적에 어여쁘신 아가씨들 너를 반겨 놀았도다 2. 어언간에 여름가고 가을바람 솔솔불어 아름다운 꽃송이를 모질게도 침노하니 낙화로다 늙어졌다 네 모양이 처량하다 3 북풍한설 찬바람에 네 형제가 없어져도 평화로운 꿈을 꾸는 너의 혼은 예 있으니 화창스런 봄바람에 환생키를 바라노라

가족이야기 2020.08.05

아름다운 노부부

원옥언니네가 새로운 곳으로 이사 하였습니다 그곳에서 아름다운 일, 건강한 계획 세워 조바심 내지 말고 지금의 계절을 받아들이며 행복하게 늘 무지개 뜨는 삶이 되시기 기도합니다 아름답게 나이 들게 하소서 칼 윌슨 베이커(1878~1960 미국의 여류시인 작가) 아름답게 나이들게 하소서 수많은 멋진 것들이 그러하듯이 레이스와 상아와 황금 그리고 비단도 꼭 새것만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오래된 나무에 치유력이 있고 오래된 거리에 영화가 깃들 듯 이들처럼 저도 나이 들수록 더욱 아름다워질 수 없나요.

가족이야기 2020.07.17

아픔을 위로하는 기도/이해인

수도원에서 보내는 마음의 시 산문 《그 사랑 놓치지 마라》 아픔을 위로하는 기도 몸 마음이 아퍼서 외롭고 우울한 이들 위해 오늘은 무릎 끓고 기도합니다 고통을 더는 일에 필요한 힘과 도움 되지 못하는 미안함, 부끄러움 면목없음, 안타까움 그대로 안고 기도합니다 정작 위로가 필요할 땐 곁에 없고 문병을 가서는 헛말만 많이 해 서운할 적도 많았지요? '자비를 베푸소서!' 외우는데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이 가난하지만 맑은 눈물 작은 위로의 기도로 받아주시면 제게도 작은 위로가 되겠습니다 ㅡ이해인 「아픈 이들을 위하여」 《풀꽃 단상》 "건강할 때는 저도 늘 아픈 이의 고통을 헤아리기보다는 입에 발린 좋은 말, 상투적이며 교훈적인 말로 자기중심적인 위로를 했고 이것이 늘 마음에 걸립니다. 아픈 이는 건강한 이들에..

가족이야기 2020.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