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 300

어디든지 있다

사랑하는 작은 아들에게 연휴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 우리는 휴가가 있어 즐겁던 시절은 잊은 지 오래 되었다. 오랜 시간이 만들어 가고 있는 내 얼굴을 보면 나와 같기도 하고 나와 같지 않기도 한 두 얼굴이 있네. 그래도 피부빛은 변하지 않아 선크림을 바르고 산책 나가곤 했는데, 요즘은 발바닥이 거부의사를 나타내기 시작했어. 뭐 나이듦에 생기는 일이기는 한데, 막상 나에게 다가오니 좀 서럽게 느껴진다 연휴도 여럿이 함께 있어야 즐겁고 보람 찬 시간인데, 가족 없이 혼자서 외국에서 지내는 너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까해서 내 하루를 적어 보낸다. ↑아파트 앞에 있는 놀이터를 지나 오리교 아래 몇 발자국 지나면 탄천을 낀 보행길 위, 언덕 길이 보인다. 그곳에 있는 이 느티나무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나무다. ..

가족이야기 2021.08.16

사랑하는 김 상병에게

사랑하는 김 상병에게 , 아들아 , 날씨가 한참 더운 8월이 시작되었고 , 8월이 되었으니 입대한 지 1년도 되어 가는구나. 돌아보면 코로나 시절 속에서 대학 졸업과 입대 , 군 생활 모두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시간은 항상 용서 없이 흘러 , 졸업하는 과정 , 입대를 앞둔 긴장감 , 쫄병 시절의 불안감 같은 것은 이미 과거의 일이 되었고 , 답답하고 재미없고 , 의미도 없게 생각되는 5개월 여의 시간이 남았구나. 우리는 알고 있지, 이 5개월도 또 여지없이 흘러가고 , 아버지와 다시 만날 날이 온다는 것을. 그래 ,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고 , 모든 만남에는 헤어짐이 있고 ,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는 법 , 누구나 알고 있는 세상의 평범한 이치란다. 아버지도 너와 같은 시기에 새..

가족이야기 2021.08.12

기도/나태주

기도 내가 외로운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추운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추운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가난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더욱이나 비천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비천한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그리하여 때때로 스스로 묻고 스스로 대답하게 하여 주옵소서 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나는 지금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나태주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에서)

가족이야기 2021.04.14

기쁜 우리 어린 시절

내 형제들아 너희가 여러가지 시험을 당하거든 온전히 기쁘게 여기라. 이는 너희 믿음의 시련이 인내를 만들어 내는 줄 너희가 앎이라. 인내를 온전히 이루라 이는 너희로 온전하고 구비하여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하려 함이라. 너희 중에 누구든지 지혜가 부족하거든 모든 사람에게 후히 주시고 꾸짖지 아니하시는 하나님께 구하라 그리하면 주시리라. 오직 믿음으로 구하고 조금도 의심하지 말라 의심하는 자는 마치 바람에 밀려 요동하는 바다 물결 같으니 이런 사람은 무엇이든지 주께 얻기를 생각하지 말라. 두 마음을 품어 모든 일에 정함이 없는 자로다. . . . . . . 시험을 참는 자 복이 있나니 이는 시련을 견디어 낸 자가 주께서 자기를 사랑하는 자들에게 약속하신 생명의 면류관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라.(야고보, A...

가족이야기 2021.03.20

사랑 또 함께

외국에서 살고 있는 작은 아들 부부가 오랜만에 찾은 곳이 신선하고 아름다워서 그곳의 실내 그림 몇 컷을 보내왔습니다. 자카르타 구시가에 있는 옛 사립학교를 개조하여 지금은 카페로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래 그림의 멋진 선을 가진 나무들은 그 사립학교를 건설하기 이전부터 그곳에 있었다고 하네요. 학교 건물을 지을 떄 큰 나무를 베어내지 않고 그대로 그곳에 두고 건물을 설계했다니, 우리나라에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그 나무들은 현재도 잎을 키워 2층 이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나무에 기생하며 사는 착생 식물의 모태가 되고 있다고 하네요. 조형적인 멋진 잎을 가진 박쥐란( Staghorn Fern)을 이용한 실내 장식은 세월의 놀라움을 보여줍니다. 부모가 됐을 때는 좋은 것이나 맛있는..

가족이야기 2021.03.15

얼떨 결에_2021 화랑미술제

13개월만의 외출, 동창들과 코엑스 건너편에서 만났습니다. 점심을 먹기 위해 일회용 장갑을 끼고 마스크를 하였지만 드러나지 않을 듯 드러나는 천진난만한 표정 ㅎㅎㅎ. 근처에 살고 있는 동창이 미술 전시를 보자고 합니다. 그는 이미 개막행사에 참석하여 관람을 하였답니다. 오랜만이라 전시회 내용도 모르면서 얼떨 결에 따라갔지요. 코엑스 3층 C홀 앞에 나열된 많은 분홍빛 3단 꽃화환을 보고 잘못 찾아온 듯 잠시 망설였지요. 세심한 방역검사를 걸쳐 전시실로 입장했습니다. 백여 곳이 넘는 화랑에서 그들의 소장품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너무 많은 작품에 어리둥절, 손쉽게 보이는 작품만 촬영하였지요. 화랑미술제는 우리나라 최초의 아트페어로 1979년에 시작하여 올해 39년째라고 합니다. 매년 열리는 국내 미술시장으..

가족이야기 2021.03.06

청소타임

남편은 나흘 전의 신문을 보다가 "여보 그 옷 좀 벗어" 합니다. 그러다가 이내 아내의 표정을 보며 "웬 꽃들이 이렇게 많이 폈지"하고 말합니다. 꽃 바지는 팔을 가볍게 흔들며 그의 앞에서 멋진 포즈를 취합니다. ♩♬연분홍 꽃 바지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화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코로나로 매일 아침 저녁 탄천길을 직업인양 걸으며 생활하고 있는 데, 엎친 데 덮친다고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가 시작되었어요. 40일 동안 고층에 갇혀 살게 되었습니다. 엎어진 김에 집안 대청소부터 하려고요. 이해인 수녀님은 청소할 때 물방울 무늬의 앞치마를 입으라 하였지만 저는 꽃 무늬 바지를 차려입고 청..

가족이야기 2021.02.26